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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

2020년 회고

2020년, 다들 그렇겠지만 나에게도 쉽지 않은 한 해였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대부분 좋지 않게 다가왔다. 버티는 삶이 싫어 이 길을 택한 건데,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었던 2020년부터 원치 않은, 어쩔 수 없는 버팀을 많이 해버린 것 같다. 

내게 있었던 많은 일들 중 몇 가지만 적어보자면, 

먼저 일본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탓에 집에만 처박혀 있었고, 덕분에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분간 안되는 하루들을 자주 보냈다.

난생처음 구설수에도 휘말렸다. 구설수란 말은 운세풀이에서나 보는 단어 아니었던가.. 그 단어를 직접 입 밖으로 꺼내는 날이 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인간관계에도 흠이 갔다. 워낙 원만하게, 둥글둥글하게 살자는 마인드라 인간관계에 흠이 간 적도 처음이었다. 할많하않이다..

그리고 몇 개월을 아팠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었지만, 정작 내 몸에선 진드기 알레르기, 비염, 축농증, 인후염 등등이 활개쳤다. 

 

이렇듯 내 2020년은 대체로 좋진 않았다. 외부에는 코로나가, 내부에선 우울과 억울함이 몰아치던 해였다. 쉽지 않았다. 

 

 

쉽지 않은 일본생활이었지만 사진은 티를 안내지. 참고로 더러워 보이는 사진은 내가 만든 파스타...

 

 

대체로 좋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일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좋았다.

이게 무슨 미친 개소리인가 싶겠지만, 정말 그랬다. 일을 많이 해서 꽤 많은 것들이 좋았다. 

개발자 업무가 내 적성에 맞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난생처음으로 일을 통해 성취감, 보람감을 느끼기도 했다. 너무 일을 열심히 한 탓인지 번아웃도 왔었다. 이 번아웃도 나에겐 소중한 경험이었다. 번아웃을 경험하고, 이겨내고, 다시 찾아온 번아웃을 그전보다 더욱 수월하게 관리하기도 하며 평생 해나갈 이 업의 소중한 스킬을 얻은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대체로 좋지 않았던 2020년의 회고는 좋은 일이었던 '일'로 정리하고자 한다. '일'을 월로 정리해봤다.

추가로, 월별로 정리하다 보니 열정이 충만했던 달, 그렇지 않았던 달이 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주기도 같이 정리해봤다. 

 

구 분주요 업무주 기
3월, 4월생애 첫 프로젝트 시작 (Rails, Vue.js), 공부-실무적용-공부-실무적용의 반복열정기
5월Docker, Kubernetes, Nginx 적용. 역시나 공부-실무적용의 반복열정기
6월DB Schema 변경. Rails 처음부터 다시 공부 / 적용번아웃기
7월Rails코드 수정, 히트맵페이지 수정, Google Tag Manager적용번아웃기
8월iframe height 해결책 마련, charset에러 해결, 홈페이지리뉴얼 api작성회복기
9월중복URI제거 코드, slimscroll.js적용, 페이지토큰 적용회복기
10월크론잡 에러 해결(실패), 히트맵 css 전면수정, 피드백 반영, 스크롤 도달률 적용열정기
11월affiliate코드 분석 및 새 플랫폼 추가, 챠콜진센 프로젝트 시작, 구글ads api 등 api 적용열정기
12월데이터 연결 고민, 고민, 고민. 중순은 번아웃이 와서 통째로 날림. 챠콜진센 프로젝트 마무리열정-번아웃-열정기

(약간 농번기 이런 느낌이다)

 

열정도 많이 찾아왔지만, 번아웃도 꽤 자주 찾아왔다.. 태어나길 좀 열심히 살면 안 되는 인간으로 태어난 건가 싶기도 하고..

여하튼 위에서도 말했지만 생각보다 번아웃이 자주 오는 서타일(?)이란 것을 안 것 그 자체로 좋은 경험이었다.

 

2020년의 초・중반은 맨땅에 헤딩 프로젝트 + 공부로 채운 시기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가르쳐줄 사람 하나 없는 상태로 바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ruby on rails와 vue.js의 문법은 일단 시작하고선 익혀야 했고, 도커와 쿠버네티스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기는커녕 배포가 뭔지, 릴리스는 어떻게 하는지 개념조차 없는 상태였다. 거기에 google analytics api, google tag manager 등등의 사용법도 익혀야 했고, 매 순간 터지는 에러 해결을 위해 구글, 유튜브 등을 헤집고 다녔다. 

이 시기가 내 인생에서 가장 정신없었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탓인지 번아웃도 씨게 한번 다녀가고. 그럼에도 9월까지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익혔다. 기억력이 안 좋은 편임에도 많이 채워 넣으니 남는 지식이 꽤 있다. 물론 그것마저 다 날라가려 하길래 황급히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다. 

 

2020년의 10월~12월은 그 앞 달들의 축약 + 업그레이드 버전이지 않았나 싶다. 3개월간 열정과 번아웃이 훅 왔다 갔고, 2건의 단기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며 그전보다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매월 업무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파란색으로 표시해둔 일들을 통해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면,

 

스크롤 도달률

- analytics project에선 스크롤 도달률 및 각 지점 체류시간을 표시해두어 2인자에게 칭찬을 들을 수 있었다. 해당 프로젝트의 레퍼런스 웹사이트였던 pt engine에도 없던 기능이다. 기술적으로는 많이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마케팅팀 업무 문서까지 뒤져가며 필요한 기능이 무엇일까 고민했던 결과가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어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적으론 정말 엉망이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긴 한다. 

 

affiliate 코드 분석 및 새 플랫폼 추가

- 간단한 프로젝트였지만 (제대로) 직접 주도해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였다. 마무리가 조금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기한 내에 우리 팀에 주어진 업무는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챠콜진센 프로젝트 마무리

- 두 번째로 주도했던 프로젝트였다. affiliate프로젝트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초반 프로젝트 기획부터 모든 단계에 내 손길이 가닿았다. 다른 팀원들 코드도 거의 내가 손봤으니 사실상 내가 다 한거 아닌가 싶다.. 마지막엔 쿠버네티스 크론잡으로 문제없이 릴리스까지 마칠 수 있었다. 데이터가 제대로 스프레드시트에 박히는 걸 확인했을 때 느낀 성취감은 당분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렇듯 2020년은 '우후죽순 터지는 사건들 속에서도 일과 공부에 매진하여 지식과 성취감을 남긴 한 해' 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은 기술적으로 많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업무와 기술 2마리 토끼 모두 잡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선임 개발자도 없던 상황이라 여건상 무리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열심히 달려온 덕에 (중간에 좀 쉬기도 했지만) 그냥 코드를 치는 것이 다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코드 한 줄 한 줄에도 기술적인 고민을 담아야지만 시스템이 튼튼히 선다. 되는대로 치는 코드가 기반이 되는 시스템은 참으로 허약하며, 그 유지 보수도 노답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2021년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발전을 이루고 싶다. 내가 구축하는 시스템이 그저 단순하고 트래픽도 없는 프로그램일지라도 그 안의 기술만큼은 빛났으면 한다. 코더가 아닌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도록, 21년에도 기술 쪽으로 죽어라 달려가야겠다.